자 천천히 시작해보자.
나의 긴 여정을....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이 힘들다힘들다 말을 하지만
뭐가 힘든지 나는 몰랐다. 그냥 시작했다.
나는 수지마리아병원에서 양광문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있다.
양쌤은 친절하지도 않으시고 살갑지도 않으시다.
완전 대문자 T이시다. 그래서 나는 좋다.
필요한 말만 하시고, 어떻게 하라고 딱 정해주시니까.
그냥 믿고 따라갔다.
난임 관련된 블로그 글들은 차고도 넘친다.
워낙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간절한 사람들에게
그 글들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나는 그냥........ 블로그를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진료를 보러가서 의사쌤이 정해주는 딱 그 한 두개만
생각하고, 그 것만 바라보고 바로 앞만 보면서 걸어와서
이 긴 여정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게
그냥 의사쌤 손만 잡고 한걸음씩 걸어왔다.
주사 맞고 언제 오세요~ 하시면 네~ 했고,
그 날 와서 초음파 볼거예요~ 하시면 네~ 했고,
생리하면 오세요~ 하시면 네~ 했고,
5일배아 하나 이식할거예요~ 하시면 네~ 했고,
난자 채취를 많이해서 이번에 신선배아 이식은 안할거예요~ 하시면 네~ 했다.
뭘 그리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바로 다음 스텝 지침받고 그!것!만! 했다.
그 다음다음, 그 다다음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닥치는 것만 해치우자! 느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은..
주사를 열심히 맞아서
난자를 열심히 키워서
23개의 난자채취를 하고
20개의 수정란을 만들고
11개의 동결배아를 얻었으며,
이식을 진행했고,
임신 확인을 위한 피검사를 진행했다.
오전 중에 결과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니,, 많이 긴장된다.
나팔관조영술을 검사 하는 것도 아주 큰 난관이었고,
스스로 주사를 놓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고,
난자채취도 꽤나 길게 오래 고생한 큰 산이었고,
질정을 넣는 것도 낯설지만 용기가 필요한 단계였고,
마지막 돌주사를 매일 맞는 일은 너무나도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으아......... 난자채취 당분간은 안하고 이식만 하면 되네! 하면서
이식 단계를 쉽게 생각했던 내가...... 지금 제일 긴장이 된다.
그 수많은 난관 속에서 몸이 고생하는 건 그냥 버틸 수 있었다.
근데 심리적으로 긴장이 되고 불안한 건 좀...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