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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난과 자기비하

ssoony33 2024. 12. 17. 16:55

나는 자기비하가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다.
1년 이상 상담을 받고 나서야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 인지의 시작은 23년도 12월
크리스마스 제주도 여행때였다.
 
나는 스냅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남편과 겨울스냅을 남긴 적이 없어서
제주도 여행 중에 동백꽃과 함께
스냅사진을 남기려고
작가도 섭외하고 나름 의상도 준비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에 기대가 컸다.
 
근데 그냥 새 옷을 사서 그대로 들고 가서
막상 제주도 숙소에 도착해 옷을 꺼내보니
옷이 접혀져있던 부분이 너무 신경이 쓰였다.
 
시간이 22시가 넘은 상황이었고,
바로 다음날 오전부터 스냅촬영이 예정되어있었는데,
나는 당장 이 옷의 주름을 필 수 있는
세탁소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근데 나는 이렇게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 머리 속에는
수많은 자기비하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있었다.
'너는..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에휴...
그냥 좀 찍으면 되지
뭘 이 시간에 운영하는 세탁소를 찾겠다고..'
'남편은 그냥 나랑 편하게 쉬고싶어하고
아무생각 없는데
너혼자 지금 이렇게 검색하고 이러쿵 저러쿵... 난리냐'
'남편이 너 또 이렇게 안되는 거에
신경 엄청 쓰고 예민해져 있는 꼴 보면 뭐라 하겠어..... 엄청 속으로 욕할거다.'
'그냥 좀 넘어가지 꼭 그걸 해야만하겠어? 너 참..'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구체적으로 생각나진 않은데,
내가 너무 고민이 많아 보였는지 남편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봤을 때, 남편에게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좀 띵.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지금
엄청나게 못된 말을 하고있었네,,,,,,,,,,,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 비하하는게 너무나 익숙해서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나에게 아주 날카로운
화살로 나를 찌르고 있다는 것 조차
인지를 못했었는데, 그걸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상담선생님이 당신은 자기비하에 참
익숙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냥 허공에서만 멤돌던 말이었는데,
제주도에서 그 말이 확. 내 가슴에 와서 박혔다.
내가 그동안 평생 나에게 이렇게 못된 말을 하고
살아왔었구나...
 
자기비하하지 않고
자기수용을 하는 생각으로 전환을 해보자면
나는 그저 사진을 정말 예쁘게 찍고 싶었던거다.
소중한 순간을 틈이 없이 아름답게 남기고 싶었던
마음일 뿐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무인세탁점을 찾아서
스타일러로 주름을 일부 좀 폈단 말이다.
'그것도 아........ 미친년........
그걸 결국 또 찾아냈네,,, 아.. 상종못할년'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몰아부칠거 뭐 있나.....
'우아.. 너가 원하는걸 정말로 해냈구나.' 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남들에게는 정말 수용적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럴 수 있지.
그랬구나.
이래서 그랬나보지.
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누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거야?
라고 전환해서 생각해봐야지... 라고
자꾸 연습해야겠다. 고 다짐했었다.
 
난 그 때의 깨달음 이후에
나는 이제 자기비하를 멈추고
자기수용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잠깐은 오만한 생각을 가졌다.
근데,
평생의 습관이었던 자기비하가
한순간에 멈춰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엊그제도 난 또 나를 심하게 탓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개념으로 캠핑장을 예약했고,
텐트가 좀 작게 느껴지던 참에
당근에 좀 큰 텐트 중에 마음에 드는 매물이
올라와서 거의.. 일주일 넘게,,, 구매할까말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유투브도 찾아보고
캠핑카페에서 글들과 댓글들을 보며
그 텐트 사용자들의 이야기들도 찾아보고
결국 구매를 했다

100만원 넘는 텐트를
15만원에 잘 샀다!
라고 생각하면 좋으련만

난 또 나를 할켰다
‘그 캠핑 뭐 얼마나한다고
돈도 없으면서 한번 꽂히면 기여코
사야만하지? 아기가 생기면
소용이 없어질텐데 넌 참 못말린다’

심지어 구매할까말까 고민하던 순간마저
‘뭘 이리 결정을 못내려? 살꺼면 사고
아니면 깔끔히 포기하지! 우유부단해가지곤… ’
이라고 비난했다

이젠
쾌적한 환경에서 캠핑을 할 생각에 기대된다!
소비 이전에 합리적인 소비인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데 넌 충분히 고민하고 알아보고 샀으니
참 잘했다. 이제 너의 선택을 믿고 잘 샀다라고만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바뀌어보려고 한다!!!!